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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갱이 역학 - 알갱이들만의 법칙이 있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

by HanaV 2019.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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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분자가 움직이는 경로를 누가 과연 완벽히 계산해낼 수 있을까? 쏟아지는 모래 알갱이들이 만들어내는 패턴이 이 우주의 탄생과 무관하다고 우리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 브라질 땅콩 효과

브라질 땅콩 효과란, 알갱이를 통에 넣고 흔들수록 알갱이의 크기 별로 층이 형성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땅콩 믹스 캔을 열면 가장 큰 브라질 땅콩이 항상 위에 있다는 것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기업들은 이 효과 때문에 장거리 운반 후 다시 섞어주는 작업에만 연간 66조 원을 소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알갱이는 고체이지만 알갱이'들'은 유체처럼 대류현상이 일어나 이 현상이 나타납니다. 측면의 알갱이들은 아래쪽으로 휘어져 내려가고, 내부의 알갱이들은 위로 떠올라 굽은 아치형 층을 형성하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죠. 이때, 큰 알갱이들은 작은 아치형을 형성하기에는 너무 커서 위에 계속 떠 있게 됩니다.

+) 역 브라질 땅콩 효과: 크기는 같고 무게가 다른, 즉 밀도가 다른 알갱이들을 같은 방식으로 실험할 경우, 밀도가 높은 것이 뜨고 밀도가 낮은 것은 가라앉게 됩니다. 이는 분체의 크기뿐만 아니라 밀도 역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합니다. 브라질 땅콩 효과가 유체의 움직임을 보였다면, 이 역 브라질 땅콩 효과는 유체와 정반대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입니다.

 

 

■ 모래 알갱이로 만든 모래시계

그럼 수많은 알갱이'들'로 만든 모래시계를 살펴볼까요?

모래시계의 얇은 바깥 층은 액체처럼 흘러내리는 성질을 띠고, 내부는 정적인 마찰력에 의해 고체처럼 형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띠게 됩니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밑으로 흐르는 모래는 압력을 받지 않아 물과 달리 일정한 속도로 흐를 수 있게 됩니다.

모래시계의 일정한 속도에 대한 논문도 발표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1993년 <Physical Review Letters>에서 샤오-룬 워 교수는 모래 알갱이의 크기와 모래시계의 목의 직경이 일정해야 모래가 내려가는 속도도 일정해야 하고, 모래시계의 위쪽과 아래쪽의 기압이 1만 분의 1이라도 차이가 난다면 속도에 변화가 생긴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모래시계는 압력을 받는 물이나 다른 물질과 달리 색다른 특성을 보이는 모래, 즉 알갱이이기에 가능했던 시계였던 것입니다.

 

 

■ 모래 알갱이들이 만들어내는 패턴의 특성

알갱이들 중 가장 접하기 쉬운 것은 모래인데요, 그래서 알갱이 역학은 모래의 움직임을 분석함으로써 연구합니다. 모래 알갱이들은 동적인 부분에서 어떠한 특성을 보일까요?

1. 자기 조직화하려는 성질을 띱니다.

자기 조직화란 복잡성 과학의 이론을 토대로 하여 출현한 이론으로, 주어진 입력 패턴에 대하여 정확한 해답을 모르는 상태에서 자기 스스로 학습하여 외부 환경에 맞게 시스템을 구조화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점균류 곰팡이가 있습니다. 이 곰팡이는 영양분이 모자라게 되면 수만 마리가 한 곳에 모여 응집 덩어리를 형성하고 하나의 유기체가 되어 영양을 섭취합니다. 후에 환경이 개선되면 다시 흩어져서 단세포 생물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모래더미는 정지각(모래더미의 측면과 바닥면 사이의 각)을 일정하게 유지하려 하는 특성이 있는데, 이 특성은 복잡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창발성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복잡계는 자연계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구성 성분 간의 다양하고 유기적 협동 현상에서 비롯되는 복잡한 현상들의 집합체를 뜻하고, 창발 현상은 구성 성분으로 인해 형성된 시스템의 성질이 그 어느 구성 부분에 의해서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을 뜻합니다. 

창발성을 띠고 있는 대표적인 예로는 개미가 있습니다. 개미 집단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들 스스로 상호작용을 하고 여러 가지 일들을 수행해 집단의 시스템을 구축해나갑니다. 그들은 마치 집단이 하나의 유기체인 것처럼 여왕개미가 머리의 역할과 생식을 담당하고 일개미들은 식량을 구하거나 둥지를 짓는 등 각자의 일을 합니다. 일개미 하나가 죽는 것은 영향을 주지 않지만, 여왕개미가 죽으면 시스템이 붕괴됩니다. 이는 여왕개미나 일개미 하나만 보고는 찾을 수 없는 특성들이며 오직 ‘집단’으로 봤을 때 관찰할 수 있는 특성입니다.

 

2. 주변 조건에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으면 다른 패턴이 되며, 비선형 방정식으로 기술됩니다.

 

3.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모래더미의 수많은 알갱이 중 하나의 알갱이가 연쇄반응을 일으켜 알갱이 더미를 무너지게 할 수 있습니다. 모래더미가 정지각보다 큰 각도로 쌓여있을 경우, 하나의 알갱이가 산사태를 일으킨다는 것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여러 번 검증된 사실입니다. 이 사실을 이용해, 지질학자들은 산의 모양이나 지형만으로 산사태 가능성을 예측한다고 합니다.

 

 

■ 알갱이 역학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래나 곡물뿐만 아니라 지진이 발생하는 원인, 흙더미의 붕괴, 낱알들의 비탄성적 충돌, 크기가 다른 입자들의 혼합과정, 타입Ⅱ 초전도체의 자기선 운동, 우주 성운의 형성 과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알갱이들의 운동을 분석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알갱이인 만큼,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시각 제공해준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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